빠르고 시끄러운 요즘, 오히려 조용하고 느린 영화가 더 크게 울릴 때가 있다.
영화 <승부>는 전설적인 바둑기사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 속에서 ‘진짜 승부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이 영화는, 단순한 바둑 영화가 아니다.
스승과 제자 영화, 멘토 영화, 그리고 실존 인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스승 조훈현, 제자 이창호 – 바둑 그 이상의 이야기
<승부>는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하고, 결국 헤어지는지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단순한 스승과 제자를 넘어선 굿 파트너의 이야기이자,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을 담아낸 감동 영화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밀도나 감정선은 굉장히 깊고 절제되어 있다.
성장 영화 추천을 찾는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철저한 기본기, 인생을 가르친 스승 – 조훈현 명대사
이창호의 아역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활약한 강훈이 맡았다.
전주 사투리를 맛깔나게 살린 연기가 꽤 귀엽다.
영화 초반,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기본기부터 혹독하게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조훈현 명대사 하나가 강하게 박힌다.
“너가 우습게 여기는 정석으로만 상대했는데 힘한번 못쓰는거야?
너가 잘하는건 계산, 암기뿐이야 까불지말고 기본부터 익혀.”
단순한 바둑 교육이 아니라,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은 멘토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충돌하는 가치관, 조훈현과 이창호의 반전 스타일
중반부, 둘의 바둑 스타일이 정면 충돌한다.
- 빠르고 정석 중심의 조훈현
- 느리고 계산 없는 직관형의 이창호
이 장면에서 관객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가?”
단순히 바둑 영화로 보기엔 너무 묵직하고 철학적인 흐름이 있다.
제자에게 전한 한마디 – 스승의 진심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은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패한 후, 처음으로 진심을 전하는 장면이다.
“데리고 있으면서 칭찬 한마디 못해줬구나. 참 자랑스러웠다. 넌 내 자부심이었어.”
이 한마디가 그냥 대사가 아니다.
누군가를 길러낸 어른만이 할 수 있는 말이고, 진짜 멘토 영화라는 게 이런 대목에서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터진 감정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울컥이다.
극적인 승부, 숨 막히는 대국의 연출
영화 후반부는 대사보다 눈빛과 손끝 연기가 훨씬 더 강하게 와닿는다.
스승의 떨리는 손, 제자의 흔들림 없는 눈빛.
심리전 영화로서의 완성도도 꽤 높다.
바둑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병헌 – 이건 거의 조훈현 그 자체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선 이제 놀라울 게 없다.
말투, 제스처, 심지어 체형까지 조훈현 그 자체.
그가 실제로 조훈현을 만나 수개월간 관찰하며 준비했다는 게 믿어질 정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이병헌표 생활 개그.
제자가 남기철과 대국을 펼칠 때 신경 쓰여서 본인도 대국 중에 고개를 계속 돌리다 못해 아얘 돌아서서 제자의 대국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서, 상대편 선수가 불쾌해하는 장면.
그 짧은 순간에 웃음이 터졌다.
역시 이병헌 명대사와 생활 연기는 다른 배우가 넘보기 어렵다.
유아인 – 이 영화에서 더 아쉬워진 존재감
유아인의 오랜만의 스크린 모습.
예고편에 거의 안 나오길래 궁금했는데, 영화 속 연기력은 여전히 탑클래스.
볼살이 오른 그의 모습은 마치 전설이 되기 전의 이창호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눈빛으로 전달하는 스타일은
조용한 역할일수록 더 살아난다.
부모님과 함께 보기 좋은 실화 영화 추천
이 영화, 중년 추천 영화로도 좋다.
<응답하라 1988> 속 최택이 이창호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도 생각나고,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감이 담겨 있어서 부모님 영화 추천작으로 강력 추천한다.
실화 기반의 드라마, 진짜 관계, 인간적인 성장 이야기.
이 영화는 꼭 조용한 날, 천천히 음미하듯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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